공개하기 싫지만 손잡힘
밥을 먹기로 하곤 커피를 마셨다.
좋았던 점:
1. 내 가방을 들어주고 손을 덥석 잡은 것? 용기있어 보였다.
2. 집까지 데려다줬다. (이 사람 집은 한 시간 반 거리였다.)
불편했던 점:
1. 입냄새가 났다.
마스크를 끼고 카페에서 대화를 했다. 카페에서 대화하면 뭐 얼굴을 가까이 맞대고 말하는 것도 아닌데, 입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내 코까지 들어왔다. 그래도 참았다.
2. 내 믿음을 확인하려고 했다.
내가 자기를 사귀기로 한 이유가 정말 같은 믿음을 바라보는 삶 때문이 맞는지 내게 재차 확인하려고 했다. 그런데 너무 자세히 알려고 했다. 그건 친해져가면서 서로의 스타일을 알게 되고, 진심을 확인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이 사람은 너무 빨랐다.
지금 생각하면 그럴 시간적, 마음적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. 나이가 나보다 4-5살 많았으니 36-37살이어서 눈앞에 결혼만 보였던 것 같다. 원래 상대가 10000% 마음에 들고 나랑 맞아서 사귀는 게 아닌데. 일단 사귀고 난 다음에 알게되는 게 훨씬 많은데. 사귀고 나서 안 맞으면 헤어지면 되는 건데 말이지.
3. 나를 본인 기준에 끼워넣으려 했다.
내 블로그를 봤다고 했다. 그러면서 내가 '주식'과 '투자'기록을 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. 당장 주식을 다 팔라고 했다.
(*지금 생각하면 투기로 했던 투자는 나도 잘한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. 그런데 그 때는 미숙해서 그랬다. 사람은 변하는 건데 변하기 전 지점이 그 사람과 맞지 않았던 것 같다)
그런데 우리가 서로를 비판할 만큼 친한 사이였던가? 서로를 알아가는 관계였을 뿐인데. 그러면서 맞는 부분, 안 맞는 부분을 확인하고 서로 맞춰가는 게 연애인데...
나는 화가 났는지, 부끄러웠는지, 무서웠는지 온 몸 근육이 부들부들 떨렸다.
이날 이 논쟁을 하느라 저녁식사를 하지 않았다. 좋아하는 사람이 굶는 건 괜찮은 거였을까 그 사람에겐? 난 사랑하는 사람은 밥부터 멕이고 싶던데...
으.. 지금 떠올리니 정말 이상한 사람이었다.
결론:
몸을 부들부들 떨 때는 와.. 진짜 아니다 싶었는데
그래도 사귀기론 했다... 그래도... 그 사람의 신앙을 나도 닮고 싶었기에.
특이사항:
이후 엄청 고민을 했다. 만나기로 했지만 이 사람이 그닥 좋지 않아서. 정말 만나야 하는게 맞는지 이쪽저쪽 친구들에게 내 상황을 설명하곤 했다.
바로 이때 나는 내 많은 부분을 아시고 성장에 도움을 주시는 심리상담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. 급하게 상담을 시작해도 되냐고. 선생님은 ㅇㅋ하셨고 상담을 시작했다. 선생님은 헤어짐에 마음이 기우셨다. 꼭 한번 더 만나서 헤어짐을 이야기해야겠냐 하셨다. 이사람과 헤어짐을 얘기하는 건 뭐로 하든 상관 없다고 하셨다.
하지만 먼저 헤어짐을 말하는 건 쉽지 않았고, 미루고 미루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섯번째 만남이 성사됐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