행동: 같이 차 타고 파주에 갔다.
좋았던 점:
전날 연락하면서 어떤 간식을 좋아하냐 묻길래 뭔가 했는데,
이날 아침에 보니 차 타고 가면서 먹자고 초콜릿, 커피 등을 바리바리 싸왔더라. 귀여웠고 고마웠다.
불편했던 점:
입냄새가 났다. 음 조금 심했다. 마스크를 썼는데도.
만나기 전날 카톡 메시지가 마음에 안들었다. 나를 본인의 이상적인 여친상에 가둬둔 것 같은 말이었다.
"옆에서 재잘재잘 어제 배운 성경공부 이야기 나한테 해주고 나는 운전하고 정말 재밌겠다!!"
그래 여기까진 그렇다고 치자. 다음 이야기가 더 싫었다.
식사하는데 이런 질문을 했다.
"하나님을 위해 포기한 게 무엇이 있나요?"
우리가 그런 걸 나눌 정도로 친한 사이인가 싶었다.
사귀는 사이에 그런 질문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치자.(아직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지만)
신앙적인 걸 묻기 이전에 나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은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.
10월 9일에 결혼을 시키겠다는 어머니의 기도가 있다고 했다.
그런 걸 나한테 말하는 이유는 뭐지? 우린 아직 3번 만난 사이인데. 사귀지도 않는데?
이후에도 계속 나의 신앙에 대해서만 물었다. 내가 말하기 싫어하는 게 보였나 보다. 집에 가자고 했다. 집에 가는 길에는 할 말이 없었다. 가벼운 일상 대화를 나누는 법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았다.
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(만든 영상들)을 보여주겠다고 했더니 거절했다. 내 얼굴이 나오는 일인데... 그리고는 내가 블로그에 쓰는 글들을 보고 싶다고 했다. 왜 내 회사일이 안 궁금하지? 그게 내가 일주일에 5일을 마음쏟아 하는 일인데.
결론:
그만 만나야지 라고 생각했는데,
갑자기 포인트:
이 사람은 헤어지면서 내게 편지와 책 한권을 선물했다.
"기도하고 있을 테니 책 읽고 기도해보고 연락주세요"
3장의 빼곡한 편지였다. 단 3번 만난 사람한테 이런 깊은 애정과 마음을가질 수 있을지... 의심스럽고 이상한 편지였다. 표현이 지나치고 부담스러워, 읽으면서 명치 부분이 갑갑했다. 그래도 책은 좋아하니 책은 읽어 보기로 했다.
책 이름은 <길은 여기에> 였다.
책을 읽어보니 너무 좋았다. 책이 너무 좋았다. 책에서 나오는 인생을 살고 싶었다.
그.래.서...
그래서 이 사람을 만나도 될까? 라는 마음이 들었다. (안돼! 거기서 멈췄어야 했어!)
(지금 돌이켜보니, 이 사람이 아니라 책을 좋아했던 것 같다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