골프를 친다고 했다. 골프를 친다는 건 허영심 및 재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큼의 재력이 없는 나는 두려웠다.
핸드폰이 두 개였다. 하나는 회사폰이라고 했다. 그래도 이상했다. 폰이 하나인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.
만난 뒤,
좋았던 점:
어른 같았다. 내가 나를 소개하면서 ‘사실은 매우 수줍고 내향적인 사람이지만, 회사 일 때문에 그런지 처음 본 사람한테는 외향적이려고 하고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’라고 말했을 때, ‘말 안하셔도 돼요. 제가 말 하고 말 시키면 되니까요’라고 말해줬다.
그때 사실 조금 벙-쪘다. 이렇게 내게 말해준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. 아마 그 사람도 내가 멈칫한 걸 눈치챘을 거라고 상담 선생님은 말했다.
골프치는 건 회사일 때문이었고, 밖에 나가 라운딩하는 부자골프가 아니라 실내 골프라고 했다. 일 때문에 하는 거라고… 오해가 풀렸다.
미안했던 점:
최근 많은 사람을 만나고 하다보니, 상대에 대한 관심을 많이 두지 않는다. 사실 나이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었어서 상대방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나갔다. 그래서 내가 나이를 물어봤을 때, 상대는 살짝 놀란 듯 했다. 내가 본인 나이를 모르고 나왔다는 점에서. 좀 미안했다.
미안해야 할 부분일까? 어차피 한번 만나고 그만둘 사이가 될 수도 있는 건데 얼마나 자세히 알고 나와야 하는 걸까. 만나서 파악하고, 좋으면 더 알아가는 거지.
아쉬웠던 점:
키가 작았다. 첫 인상에 느꼈다. ‘아 이사람하고는 잘 안될 수 있겠다’. 거부할 수 없는 내 취향은 키가 그래도 작지 않은 사람이다.
사실 아쉬웠던 점은 더는 없었다. 그게 끝이었다.
어떻게 끝났는지:
연락이 오면 더 만날 의향은 있었다. 한번은 더 만나서 이 사람이 정말 나랑 맞는 사람인지를 파악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겠다. 하지만 잘 들어갔냐는 연락이 오간 뒤로는 끝이었다. 끝!
(끝)
선생님 코멘트:
1. 진정한 대화를 해보세요.
이런 만남은 말을 많이 했어도 진정한 대화가 오간 건 아니었다. 이 사람 성품이 좋다고 느꼈을 때, ‘어떻게 그런 자질을 얻으셨어요?’라는 의도의 질문을 해서 그 사람을 더 알아가보는 게 필요했다. 그래야 겉핥기식의 대화가 아니라 진정한 대화, 진정으로 상대를 알아가는 만남이 있었던 것이다. 이 자질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.
소개팅이 끝난 뒤 상대에게
‘어? 이 사람하고 더 말해보고 싶다. 잠깐 만났지만 매우 깊은 무언가를 나눈 것 같아!’
라고 느끼게 하는 게 소개팅 목표다.
2. 말수가 적더라도 나 자신으로 있으세요.
이번 만남에서 정말 자기 자신으로 만남을 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. 소개팅을 나갔을 때, 말을 평소보다 많이 하는 것 같은데 (나답지 않은 모습으로), 그게 긴장된 상태로 사는 것으로 보인다.
회사 생활이나 보통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. 괜히 말을 많이 해서 ‘긴장을 푸는 것을 목표’로 삼는 것 같다. 그 말은 긴장된 상태로 보통 살아간다는 뜻이다. 그런 상태인 나를 보여주는 것. 왜 그렇지? 이게 정말 내게 편한 상태일까? 이게 정말 내 모습일까?를 고민해보고 답을 찾아보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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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당시) 내 생각:
아직 잘 모르겠다. 나는 편한사람들이 있을 때 나를 ‘우스꽝스럽게 만드는 걸’ 좋아한다. 나는 그게 내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, 선생님이 보실 땐 ‘긴장을 억지로 푸는 상태’일수도 있다고 하셨다. 어떤게 정말 나일까? 어떤 게 정말 내가 편한 상태일까? 그걸 선생님과 함께 찾아가 봐야겠다.
어떤 게 진짜 나일까?
2년 전을 되돌아보는 2023년.
이날을 생각해보면 그때 그 사람의 그 말이 정말 고마웠다.
‘말 안하셔도 돼요. 제가 말 하고 말 시키면 되니까요’
내향적인 사람이 솔직하게 고백했을 때 이렇게 말해주는 사려깊은 사람은 분명 정말 좋은 사람이었을 거다. 난 당시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없었을 뿐이고.